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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사진으로 남는 건 리스본의 노란 트램과 포르투의 강변이지만, 돌아와서 자꾸 생각나는 건 먹었던 것들입니다.
포르투갈 음식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대구 한 토막, 감자 수프 한 그릇, 에그타르트 한 개. 그런데 이게 묘하게 계속 당깁니다. 향신료를 세게 쓰지 않아 한국 사람 입에도 잘 맞고요.
이 글은 포르투갈에서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 싶은 다섯 가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각각 어디서 먹는 게 좋은지, 주문할 때 뭘 알아두면 되는지까지 함께 담았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파스텔 드 나타. 포르투갈 어느 동네 빵집에서나 갓 구운 것을 팝니다
1 · 파스텔 드 나타 — 에그타르트의 원조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입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크림이 들어 있고, 윗면이 살짝 그을려 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에그타르트와는 껍질의 결과 크림의 밀도가 다릅니다.
이 과자에는 출신이 있습니다. 리스본 벨렝 지구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나왔습니다.
1837년부터 이어진 가게
파스테이스 드 벨렝 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1820년 자유주의 혁명의 여파로 1834년 포르투갈의 모든 수도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성직자와 일하던 사람들이 쫓겨났고, 그중 누군가가 생계를 위해 수도원 옆 가게에서 과자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자가 곧 '파스테이스 드 벨렝'으로 알려졌고, 1837년부터 사탕수수 정제소에 딸린 건물에서 본격적으로 굽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에서 전해진 비법 그대로였습니다.
당시 벨렝은 리스본 시내에서 멀어 증기선으로 오가던 동네였는데, 수도원과 벨렝 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이 과자를 사 먹으면서 알려졌습니다.
💡 먹는 법
테이블에 계핏가루와 슈거파우더가 놓여 있습니다. 취향껏 뿌려 드세요. 갓 구워 나온 것은 겉이 따뜻하고 속은 부드럽습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시키는 게 현지식입니다. 포르투갈에서 "커피 주세요(um café)"라고 하면 기본이 에스프레소입니다.
벨렝의 원조 가게는 줄이 길지만, 안쪽에 좌석이 많아 생각보다 빨리 들어갑니다. 포장 줄과 매장 줄이 나뉘어 있으니 확인하고 서세요. 굳이 원조가 아니어도 포르투갈 어느 동네 빵집에서나 갓 구운 것을 팝니다.
2 · 바칼라우 — 대구 하나로 만드는 수백 가지
포르투갈 음식의 중심입니다. 바칼라우(bacalhau)는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를 말합니다.
바다가 있는 나라인데 왜 말린 생선이냐 싶지만, 대항해 시대에 먼 바다로 나가는 배에서 오래 두고 먹으려고 절인 것이 그대로 국민 음식이 됐습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바칼라우 요리법이 1년 날짜 수만큼 있다"고 말합니다.
여행자가 식당에서 만나기 쉬운 것은 이 두 가지입니다.
바칼라우 아 브라스(Bacalhau à Brás) — 잘게 찢은 대구에 가늘게 썬 감자와 달걀을 섞어 볶은 요리. 짜지 않고 부드러워 처음 먹는 사람에게 가장 무난합니다.
바칼라우 콩 나타스(Bacalhau com Natas) — 대구와 감자를 크림에 버무려 오븐에 구운 그라탱. 고소하고 진합니다.
이 밖에 통째로 구워 올리브유를 끼얹어 내는 방식, 병아리콩과 함께 내는 샐러드 방식도 흔합니다.
🐟 짤까 봐 걱정된다면
제대로 만든 바칼라우는 소금기를 충분히 빼고 조리해 생각만큼 짜지 않습니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크림이 들어간 콩 나타스나 달걀이 섞인 아 브라스부터 시작하세요. 통구이 방식이 가장 생선 맛이 강합니다.

바칼라우 아 브라스. 잘게 찢은 대구에 감자채와 달걀을 섞어 볶고 올리브를 올립니다
3 · 프란세지냐 — 포르투에서만 만나는 괴물 샌드위치
포르투에 간다면 이건 놓치기 아깝습니다. 이름은 '작은 프랑스 여자'라는 뜻이고, 프랑스식 크로크무슈에서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김새는 이렇습니다. 식빵 사이에 햄·소시지·스테이크를 층층이 쌓고, 통째로 치즈를 덮어 녹인 뒤, 맥주와 토마토가 들어간 뜨거운 소스를 부어 냅니다. 위에 달걀 프라이가 올라가고 옆에는 감자튀김이 쌓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양이 상당합니다. 신혼여행에서 두 분이 각자 하나씩 시키면 대부분 남깁니다. 하나를 나눠 드시고 다른 요리를 하나 더 시키는 편이 낫습니다.
가게마다 소스 맛이 완전히 다릅니다. 포르투 사람들은 각자 "우리 동네 집이 제일 낫다"고 하는데, 실제로 소스가 이 음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란세지냐. 치즈를 덮고 뜨거운 소스를 부어 내며, 감자튀김이 함께 나옵니다
4 · 칼두 베르드 — 포르투갈의 국민 수프
이름은 '초록 수프'라는 뜻입니다. 감자를 으깨 만든 걸쭉한 국물에 가늘게 썬 케일을 넣고, 초리수(chouriço) 한두 조각을 올려 냅니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옥수수빵(브로아)을 곁들이는 게 전통입니다.
포르투갈 북부 미뉴 지방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국에서 먹습니다. 결혼식이나 축제 같은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옵니다.
여행자에게 이 수프가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맵거나 강하지 않아 어떤 입맛에도 맞습니다
포르투갈 음식이 대체로 짭짤하고 기름진데, 사이에 하나 끼워 넣기 좋습니다
비 오고 쌀쌀한 날 — 포르투는 이런 날이 흔합니다 — 몸이 데워집니다
전채로 작은 그릇에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메인을 시키기 전에 하나 주문해 나눠 드시면 됩니다.

칼두 베르드. 감자 국물에 잘게 썬 케일과 초리수를 올리고 올리브유를 두릅니다
5 · 정어리구이 — 여름 포르투갈의 냄새
사르디냐 아사다(Sardinha assada). 통통한 정어리를 소금만 뿌려 숯불에 구운 것입니다. 조리법이라고 할 것도 없이 단순한데, 이게 포르투갈 여름의 상징입니다.
특히 6월 리스본이 그렇습니다. 산투 안토니우 축제 기간이면 알파마 골목마다 숯불에 정어리를 굽고, 온 동네가 그 냄새로 찹니다. 접시 없이 빵 위에 올려 손으로 들고 먹는 게 이 시기의 방식입니다.
기름이 오른 정어리는 살이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레드와인 대신 비뉴 베르드(약간 탄산기가 있는 청량한 화이트 와인)를 곁들이면 잘 어울립니다.
⚠️ 계절을 탑니다
정어리는 여름이 제철입니다. 겨울에 가면 메뉴에서 못 보거나, 있어도 살이 덜 오른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겨울 여행이라면 정어리 대신 문어 요리(폴보)나 해산물밥(아로스 드 마리스쿠) 쪽이 낫습니다.

숯불에 구운 정어리를 빵 위에 올려 먹습니다. 6월 리스본 축제 때의 방식입니다
주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
테이블에 그냥 놓이는 빵과 올리브는 공짜가 아닙니다
앉으면 주문하지 않아도 빵·올리브·버터·치즈 같은 것이 깔립니다. 이걸 쿠베르트(couvert)라고 하는데, 손을 대면 계산서에 올라갑니다. 먹지 않을 생각이면 가져갈 때 정중히 빼달라고 하면 됩니다. 반대로 맛있어 보이면 먹어도 됩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모르고 있다가 계산서에서 발견하면 기분이 상하니 미리 알아두세요.
양이 많습니다
포르투갈 식당은 1인분이 넉넉합니다. 메뉴판에 메이아 도즈(meia dose, 반 접시)가 있는 곳이 많으니, 여러 가지를 맛보고 싶으면 이걸 활용하세요. 두 사람이 메인 하나 + 반 접시 하나 + 수프 정도면 대체로 충분합니다.
점심이 저녁보다 쌉니다
평일 점심에 프라투 두 디아(prato do dia, 오늘의 요리)를 내는 식당이 많습니다. 메인에 수프나 음료가 붙어 나오는 구성이라 가격이 좋습니다. 관광지 한복판보다 한두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현지 사람들이 가는 이런 식당이 있습니다.
와인은 하우스 와인부터
포르투갈은 와인 가격이 낮은 편입니다. 잔으로 파는 하우스 와인도 수준이 좋습니다. 식전주로는 비뉴 베르드, 식후에는 포트 와인(포르투에서 강 건너 가이아 지구가 포트 와인 저장고 밀집 지역입니다)을 한 잔 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포르투갈 음식이 한국 사람 입에 맞나요?
대체로 잘 맞는 편입니다. 향신료를 강하게 쓰지 않고 소금·올리브유·마늘 위주라 재료 맛이 그대로 납니다. 생선과 쌀을 많이 먹는 것도 익숙한 지점입니다. 다만 짠 편이니 물을 넉넉히 주문하세요.
리스본과 포르투 중 어디가 더 맛있나요?
성격이 다릅니다. 리스본은 해산물과 정어리, 파스텔 드 나타. 포르투는 프란세지냐와 포트 와인, 그리고 진한 국물 요리입니다. 두 도시를 다 넣는 일정이라면 중복되는 메뉴를 피해 도시별로 나눠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예약이 필요한가요?
이름난 식당은 필요합니다. 특히 저녁 시간대와 강이 보이는 자리는 미리 잡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반대로 동네 식당은 예약 없이 들어가도 됩니다. 신혼여행이라면 하루 정도는 전망 좋은 곳을 예약해두시길 권합니다.
채식하는 사람도 먹을 게 있나요?
전통 요리는 생선과 고기 중심이라 선택지가 넓지는 않습니다. 다만 리스본·포르투 시내에는 채식 메뉴를 갖춘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칼두 베르드도 초리수를 빼달라고 하면 채소 수프가 됩니다.
식당에서 팁을 줘야 하나요?
포르투갈은 팁 문화가 강하지 않습니다. 서비스가 좋았다면 잔돈을 남기거나 5~10% 정도면 충분합니다. 미국처럼 의무적인 비율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포르투갈 음식의 매력은 단순함입니다. 대구 한 토막, 감자 수프, 숯불에 구운 정어리. 재료 몇 가지로 만든 것들인데 계속 생각납니다.
신혼여행 일정을 짤 때 식사를 그냥 '끼니'로 두지 마세요. 리스본에서 정어리를 먹은 저녁, 포르투에서 강을 보며 마신 포트 와인 한 잔 — 이런 게 나중에 가장 선명하게 남습니다.
포르투갈은 도시마다 먹을 것이 뚜렷하게 갈리는 나라라, 어느 도시에 며칠을 두느냐가 곧 무엇을 먹느냐가 됩니다. 두 분 일정에 맞춰 리스본·포르투·마데이라를 어떻게 배분할지는 저희가 함께 짜드립니다.
※ 파스텔 드 나타의 유래는 파스테이스 드 벨렝 공식 연혁, 그 밖의 음식·와인 정보는 포르투갈 관광청 공식 안내를 참고했습니다. 본문 첫 사진은 Unsplash 실사이며, 바칼라우·프란세지냐·칼두 베르드·정어리구이 이미지는 실제 요리를 참고해 AI로 제작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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